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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폭설은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고 눈이 오면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기만 하면 그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자연 재해 시 가장먼저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공무원이 되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절감하였습니다. 구민들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눈이오나 비가오나 언제 어디서나 출동해야 하는
사명, 그것이 바로 공직생활의 가장 기본임을 저는 운좋게도 공직생활 첫 시작부터 직
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실전 업무에 투입되고 하루 이틀이 지날수록 제 모습은 점점 더 제가 생각하던 공무
원의 모습과 멀어져 갔습니다. 민원인을 맞이하는 일이란 그야말로 전쟁터를 불사할 정
도였습니다.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민원인부터 공무
원 보다 더 똑똑한 민원인까지 여기 이 자리가 과연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자리인지 고
민되기 시작했습니다. 고함부터 지르시고 보는 민원인들이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공무원으로서 법과 지침을 들이대며 논리적으로 민원인을 설득시키려고만 했고 민원인은
저의 설명은 들으려 하지 않고 오로지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 내는 악순환이 반
복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함께 일하는 선배 주임님들의 모습을 보며 동기들과
함께 청렴과 친절을 다짐했던 임용식 날이 생각났습니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충분히
화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민원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선배
주임님들의 모습을 보며 제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서비스의 특성상
구청을 방문하는 민원인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입니다. 어쩌면 그 분들은 본
인의 하소연을 들어 줄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법과 지침만을 들이
대며 그 분들을 가르치기에 급급했으니 올바른 소통이 어려웠던 것입니다. 논리로만 접
근해 일방적으로 설득하는 소통의 방법은 오히려 민원인들에게 거부감만 주기에 충분
했습니다.
올해에만 세 명의 사회직렬 동료들이 운명을 달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며 그
분들의 선택을 마냥 공감하지도 못했지만 그렇다고 비난 하지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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