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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관님이 말씀하시길 민원인들의 경우 자신의 처지를 공감해 주는 것을 원하기 때
문에 옳은 말이라도 강하게 하는 것보다 부드럽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그
얘긴 나도 익히 알고 있던 말이었다. 하지만 법을 어긴 사람에게까지 그런 대접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게 내 생각이었다.
처음으로 공무원의 친절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 민원인 입장에서
는 어떠한 경우든 공무원은 고분고분해야 한다는 것이 친절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자
신의 요구가 부당하거나 억지라 해도 그건 친절과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친절
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생겼을까? 단지 민원인만의 잘못으로 대부분의 민원인들이 그러
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불현듯 우리 공무원 자체가 친절을 악용하는 경우가 떠올
랐다. 사실 우리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항상 좋을 수는 없기에 친절 역시 편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민원의 높은 언성을 기피하기 위해 또는 진심 없이 의무적으로 친절을
행하지 않았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 민원인들에게 만성적
으로 ‘공무원=친절’의 개념을 심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례로 취득세 창구 업무 시절, 기계적으로 친절을 행한 적이 있었다. 그저 민원 제
기가 싫어 가식적인 웃음과 응대를 하던 시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민원인이 미비한
서류를 제출하여 업무처리가 안 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억지를 부려도 고분고분한 태도
로 응대를 하였는데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다행히 팀장님께서 강하게 대응하셔
서 일은 해결되었지만, 나는 다시 한 번 친절의 의미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만족을 하게 되고, 또 우리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까 하는 고
민이었다. 기계적인 친절은 민원인에게 만족은 주지 않고, 그저 공무원의 당연한 태도라
는 인식을 심어주어 그를 악용하는 사례를 만들고 있었다. 편법이라 해도 언성을 높이
면 처리해 주는 것이 친절의 의미로 둔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사람은 각자 개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특성으로 정형화 할 순 없다. 친절 또한 받
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친절을 행하는 우리는 명확한
기준과 행동 양식을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준 없이 행하는 친절은 민원인에게
잘못된 공무원의 인식을 심어주거나, 업무 처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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